w.데니에 “퇴각하라!” 퀸 에반스가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처절한 외침이 잔인한 소음과 끔찍한 비명을 비집고 아군들에게 닿아, 그들을 그녀에게로 끌어당겼다. 릴리의 망토 자락은 반쯤 찢겨 너덜거렸고, 어깨 보호구는 찌그러져 오히려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구색을 찾기 힘들었고, 그녀의 얼굴은 혈흔으로 얼룩졌다. “어머니!” 왕궁...
w.데니에 나무라는 것은 바람 지나는 대로, 제 몸을 흔들며 길을 내주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스프라우트 교수의 온실을 한참 지나치고 존재를 드러내는, 저 움직이는 나무는 그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리우스의 기준에서 저 나무가 ‘보통’ 이라는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움직여서’가 아니었다. “무니!” 시리우스가 팔을 흔들어 리무스의 ...
w.데니에 가볍다. 육체를 잃은 처지니, 몸이 가볍다고 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아. 마음이 가벼운가 보다. 고대하던 순간보다 조금 이른 죽음이지만, 뭐 어때. 계획에 딱딱 들어맞는 지루한 일보다는,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일들이 이벤트 같고 좋잖아. 울지 마. 아니, 울어줘서 고마워. 한 명 한 명 키스라도 퍼 부어 주고 싶다, 내가 평소에 하던 것보다...
w.데니에 거울에 비친 모습이 생소하다. 이러한 색의 옷이 없던 것도 아니고, 지금 처음으로 입어본 것도 아니지만, 사뭇 낯을 가렸다. 손을 들어 어깨선을 매만졌다. 축복, 행복, 행운 그 애틋한 바람을 담은 꽃 모양들이 수 놓여 단 하나의 백합, 릴리를, 그녀를 장식했다. 얄따란 천은, 마치 그 장식들이 릴리의 피부 바로 위에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 릴리...
w.데니에 램프의 까만 철제 손잡이를 쥔 가는 손이 하얗게 빛났다. 손님을 바라지 않는 늦은 밤, 텅 빈 1층 홀에 타 들어 가는 초는 단 하나도 없었다. 바깥에서 새어 드는 바람이 나시사가 들고 있는 불빛을 흔들었고, 축축한 냉기가 정강이께로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이따금씩 문틈으로 바람이 앞다투어 들어와 인기척 비슷한 것을 낼 때마다, 그녀의 볼록한 배에...
w.데니에 움찔. 화면에 핏방울이 튀기자, 또 한 번 작게 움찔. 시각효과나 소름 끼치는 소리에 반응하는 불규칙적인 움찔거림이, 가만히 있던 해리를 놀라게 했다. 하나의 좁은 팔걸이 위에 맞닿은 두 팔꿈치, 두 손목 때문에, 해리 역시 몇 번 저도 모르게 따라 움찔댔다. 어두컴컴해 실루엣도 보이지 않는 팔걸이 위의 상황이 어떠한지,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
w.데니에 굽이치는 작은 시냇물 하나, 아이들이 타고 넘어다닐 만한 둥그런 구릉 하나까지 자세히 그려진 종잇장이 하인 두 명의 손에 의해 테이블 위로 돌돌 굴러가며 펼쳐졌다. 스무 명 조금 되지 않는 기사들이 여유롭게 빙 둘러서 있을 만한 테이블이었지만, 세세한 만큼 커다란 – ‘광활한’ 이 옳을 테다 – 지도가 그것을 가득 덮고도 남아 구석진 곳은 밑으로...
w.데니에 이렇게라도 곁에 있어야숨 쉴 수 있는 너의 옆 사람. 비가 오는 날이든, 햇빛이 나는 날이든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냐에 따라 그 날씨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창가에 앉아 하나씩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바라보는 비오는 날은 좋아했지만, 우산을 만드느라 한 손에는 꼭 지팡이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어깨에 맨 백팩에 다 넣지 못해 들고 있는 ...
w.데니에 “…나보고 이걸?” 드레이코가 의구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크림색도 아닌 카나리아 같은 색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드레이코는 오직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옷을 집어 들고 있었다. 잘못 만지면 온몸에 물들기라도 할 것처럼. 드레이코가 포장지를 뜯어 보기 전까지 두근대던 해리의 설...
w.데니에 “어제도 답장이 안 왔다고?” 론이 물었다. 해리는 내키지 않지만, 사실대로 작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울적한 목소리를 입밖으로 내었건만, 승강장에 울리는 경적 소리와 인파 때문에 아예 나오지도 않은 소리 같았다. 대신, 론은 해리의 표정에서 대답을 찾았다. “혹시 자기가 모르는 걸 네가 물어본 게 아닐까? 그 자존심 센 슬리데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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